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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공간
변화

게임을 왜 잘하는지 4미터 칠판에 다 적어봤습니다

2026.08.22약 4분

공부는 싫고 게임은 하고 싶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에게 게임을 왜 잘하는지 물었고, 4미터 칠판에 그 과정을 다 적어봤습니다. 공부와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게임을 아주 잘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국내 서버에서도 손꼽힐 만큼 잘했습니다. 게임과 관련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려면 성적이 어느 정도 필요해서 온 학생이었습니다.

공부는 싫고, 게임은 하고 싶다

처음 얼마간은 1:1로 봤습니다. 공부가 하고 싶냐고 물으니 하기 싫다고 했습니다. 게임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게임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학생이 신이 나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신규 캐릭터는 어떤 행사로 나온 건데 이번 아니면 못 뽑고, 재화는 한 달에 얼마나 모이고, 여기서는 수비를 이렇게 해야 하고, 전략은 이렇게 짜야 하고. 저는 계속 들었습니다. 듣다 보니 이 학생이 정말 많이 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4미터 칠판에 적어본 것

그래서 물었습니다. 너 게임 왜 잘해? 그리고 우리 교실 칠판이 4미터쯤 되는데, 그 칠판에 학생이 게임을 왜 잘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적어봤습니다. 다 적고 나서 좀 놀랐습니다. 공부와 놀랍도록 닮아 있었거든요. 분석하고, 테스트해보고, 개선하고, 깨닫고, 원리를 찾아서 설명해보고, 그걸로 더 좋은 걸 찾고.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였습니다.

그래서 학생에게 말했습니다. 주제만 바꾸면 돼. 이미 이걸 할 줄 아는 거면, 그 힘을 공부에도 충분히 옮길 수 있다. 그 학생은 그 뒤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어머니께서 아이가 집에서 공부를 한다고 문자를 보내오셨고, 게임은 아침에 출석 체크만 하고 그 뒤로는 공부하는 루틴이 자리 잡아 갔습니다. 하루아침에 바뀐 건 아니었지만, 방향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게임을 잘하면 공부를 잘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게임을 권하려는 것도, 게임을 많이 하는 학생은 다 분석력이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학생이 이미 잘하는 활동 속에 분석하고 개선하는 방법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고, 그걸 발견해서 공부로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고등학생 때 공부를 잘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공부가 빨리 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운동이었습니다. 기록을 올리려면 지금 무엇이 부족한지 찾아서 그것을 채워야 한다는 걸 운동에서 몸으로 배웠고, 공부는 그 원리를 주제만 바꿔 옮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이 무언가에 진지하게 빠져 있다면 그걸 먼저 봅니다. 그 안에 이미 공부의 원리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문제는 그 원리를 공부로 옮기는 다리를 아무도 놓아주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아이가 잘하는 것 하나를 떠올려 보시고, 그걸 왜 잘하는지 물어보시면 의외로 긴 대답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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