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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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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자기 기준을 세우지 못하면, 공부는 오래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2026-04-23약 6분

공부의 양보다 먼저, 학생 안에 자기 기준이 있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자주 느낍니다. 그 기준이 자리 잡지 않으면, 공부는 쉽게 바깥 상황에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평소에는 차분하던 학생이 갑자기 “쌤, 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합니다. 그 학생은 한 학기 내내 수업도 빠지지 않았고 문제도 적지 않게 풀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이 가까워지자 다시 흔들립니다. 이 장면을 만날 때마다 저는 늘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부의 양보다 먼저, 안에 기준이 있는지가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학생들은 공부를 하면서도 무엇을 중심에 두고 봐야 하는지를 분명히 세우지 못한 채 움직입니다. 어떤 문제를 틀렸을 때도 왜 틀렸는지를 정확히 보기보다, 일단 다시 풀고 넘어가거나 설명을 듣고 이해한 것으로 정리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순간에는 공부를 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이 적고, 비슷한 상황에서 다시 흔들립니다. 저는 이때 필요한 것이 더 많은 문제나 더 긴 공부 시간이 아니라, 지금 무엇을 보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자기 기준이 없는 상태로 공부하면, 공부는 쉽게 바깥 상황에 흔들립니다. 선생님이 옆에서 설명해주면 따라가는 것 같고, 계획표가 있으면 움직이는 것 같고, 누군가 점검해주면 조금 나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도움 없이 혼자 남았을 때 다시 멈춘다면, 아직 공부가 학생 자신의 것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이 지점을 중요하게 봅니다. 결국 오래가는 공부는 누가 계속 끌어줘서 되는 공부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다시 이어갈 수 있는 공부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에서 답만 주는 것보다, 어떤 기준으로 문제를 보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려고 합니다. 지문을 읽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보았는지, 문제를 풀 때 어떤 판단으로 선지를 골랐는지, 틀렸다면 어디서부터 생각이 흔들렸는지를 말해보게 합니다. 처음에는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정답을 맞혔는지, 틀렸는지에만 익숙하고, 자기 판단의 기준을 설명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바로 그 부분에서 공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학생이 자기 기준을 말할 수 있게 되면, 공부는 조금 다른 모양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무엇을 외워야 하는지보다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가 분명해지고, 많이 푸는 것보다 어떻게 틀렸는지를 보는 시간이 생기고, 계획을 세울 때도 막연히 오래 하는 쪽이 아니라 실제로 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런 변화가 생길 때 학생이 비로소 공부를 자기 손으로 해가기 시작한다고 느낍니다.

물론 기준은 한 번 설명해준다고 바로 생기지 않습니다. 학생마다 어디서 자주 흔들리는지가 다르고, 이미 익숙해진 공부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준을 알려주는 것보다, 학생이 자기 경험 안에서 그 기준이 왜 필요한지를 이해하게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시험이 달라져도, 혼자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 와도 다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아직 흔들리는 학생의 차이가 더 많이 아는 데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기준으로 보고 있는지, 흔들릴 때 무엇을 다시 붙잡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지가 더 큰 차이를 만든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이 자기 기준을 세우는 공부를 중요하게 봅니다. 바로 눈에 띄는 변화보다 느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기준이 생기기 시작하면 학생은 누가 옆에 없을 때도 다시 공부를 이어갈 힘을 조금씩 갖게 됩니다. 저는 그 힘이 결국 오래가는 공부를 만든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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