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끝나면 공부도 같이 끝나는 학생을, 의지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
혼자서 공부를 못 한다는 말을 의지의 문제로만 듣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자기 공부의 모양을 그려본 경험이 아직 부족한 자리에 가까울 때가 많습니다.
한 학부모님이 저에게 이렇게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왜 우리 애는 학원에서만 공부를 하고, 집에 오면 책을 안 펴는 걸까요?” 학원이 끝나면 그날의 공부도 함께 끝나는 학생을 두고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시험 기간이 가까워져야 다시 책상 앞에 앉고, 시험이 끝나면 또 책을 덮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왜 혼자서는 공부를 안 할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학생 본인도 종종 “혼자 있을 때는 잘 안 돼요”라는 말을 합니다.
이런 학생을 단순히 “의지가 부족하다”고 정리하고 넘어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의지가 강한 학생은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학생들도 처음부터 의지가 강했던 것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혼자 공부할 수 있게 된 학생들에게는 보통, 자기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익숙함이 어딘가에 자리 잡혀 있습니다.
학원만 다니던 학생이 혼자서 공부를 못 하는 것은 의지보다 익숙함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수업 시간 내내 누군가가 옆에서 진도를 정해주고, 무엇을 풀지 알려주고, 어디서 막혔는지 짚어주는 일이 반복되면, 학생 안에는 “혼자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그림이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 그림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남으면, 공부는 의지의 문제 이전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으로 시작됩니다.
저는 이런 학생에게 “혼자서도 해야 한다”는 말을 강하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말이 학생을 더 움직이게 만들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수업 시간 안에서, 일부러 학생이 혼자 결정하는 작은 부분을 남겨두려고 합니다. 오늘 수업 끝에 무엇을 한 가지 더 해볼지, 어떤 문제를 다시 짚어볼지, 어디까지 풀고 어디서 멈출지를 학생이 직접 정하게 합니다.
처음에는 잘 정하지 못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같은 종류의 결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학생은 조금씩 자기 공부의 작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그림이 자리 잡히기 시작하면, 학원이 없는 시간에도 공부를 조금씩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저는 학원에 의존하는 학생을 약한 학생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아직 자기 공부의 모양을 그려본 경험이 적은 학생으로 봅니다. 그 경험은 시간이 걸리지만 만들어집니다. 한 번 자리 잡기 시작한 학생은, 시험 기간이 아닌 평소에도 공부를 조금씩 이어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지점을 중요하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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