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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공간
공부의 결

답을 빨리 찾을수록 공부가 얕아지는 이유

2026.08.21약 5분

학생들은 답을 빨리 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과정을 건너뛰고 머리와 꼬리만 붙여 옵니다. 저는 끊어 읽기 하나를 만드는 데 2주가 걸렸다는 이야기를 그럴 때 합니다.

학생들이 과제를 해올 때 자주 보이는 모양이 있습니다. 결론은 있는데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없는 겁니다. 어디서 들은 게 있어서 뒤에 붙일 말은 있는데, 앞과 뒤 사이가 비어 있습니다. 저는 그걸 용 머리에 말 다리를 붙였다고 표현합니다. 머리는 용인데 다리는 말이고, 그래놓고 뭔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1문단을 어떻게 읽을까요, 라는 과제

수업에서 "1문단을 어떻게 읽을까요"라는 과제를 낼 때가 있습니다. 1문단은 글 전체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소개 같은 거라, 그걸 찾아내면 글이 훨씬 쉽게 읽히거든요. 그런데 이 과제는 추상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서둘러 답을 알려주지 않고, 학생이 시행착오할 시간을 줍니다.

돌아오는 결과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너무 어려워서 못 하겠어요"입니다. 다른 하나는 뭔가 해왔는데 과정은 없고 결론만 있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된다, 하고 끝. 왜 이렇게 되느냐면, 학생들이 답을 빨리 내고 싶어서입니다. 지금 이 시간 안에 답이 나와야 성취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명료하게 설명하는 사람들의 그 명료함은 대개 오랜 시간이 쌓인 결과입니다. 그걸 보고 세 시간 해봤는데 왜 안 되지 하는 건 조금 억울한 비교입니다.

끊어 읽기 하나에 2주가 걸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럴 때 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처음 만든 공부법이 끊어 읽기였는데, 그거 하나 만드는 데 2주가 걸렸습니다. 하루에 국어를 네 시간씩 했고, 그 네 시간 동안 "왜 나는 이해가 안 되지?"만 고민했습니다. 해설 강의를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이해하지, 저걸 듣는데도 왜 나는 안 되지, 2주 내내 그것만 붙들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게, 제가 한 문장을 한 번에 이해하려고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걸 인정하고 문장을 잘게 끊어 보기 시작했고, 너무 잘게 끊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엉뚱한 데로 뻗는다는 문제가 다시 생겨서 그것도 하나씩 조정했습니다. 그렇게 2주였습니다. 그 2주가 무서웠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비문학 한 줄 앞에서 이게 언제 끝날지 모르고, 해결이 될 거라는 확신도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했던 건, 기존 방식만 반복해서는 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늦게 답을 내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그러니 학생이 한 시간 고민해서 답이 안 나오는 건 당연합니다. 용 머리에 말 다리를 붙이면 안 이쁜 게 당연합니다. 중요한 건 과정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견디는 태도로 들어서는 겁니다. "빨리 주세요"의 태도로 가면 말 다리가 붙습니다.

저는 그럴 때 학생이 만들어온 것을 같이 봅니다. 우리가 만들려고 했던 것과 어디가 다른지, 지금 상태와 잘하는 상태 사이의 간극이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봅니다. 그 간극 중 어떤 건 연구가 필요하고, 어떤 건 강의를 들어야 하고, 어떤 건 연습이 필요합니다. 답을 늦게 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연구인지, 학습인지, 연습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구분이 되고 나서야 용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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